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후퇴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장하준 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2010년도에 쓰인 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많은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당시의 상황을 해명하고자 노력하였으나, 결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 자본주의를 이끌어 왔던 시장주의자들이 만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더 나은 자본주의를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2010년 이후 10년이 흘렀다. 현재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그때 이후 달라졌을까? 자본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의 경제참여와 공급되는 제품들은 시장을 구성하게 된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정부의 간섭이 필요한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은 정부의 개입 여지를 축소화하고 시장의 논리로 자본주의가 흘러가도록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가 시장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장기시장이 성립 가능한가? 인간의 장기를 파는 시장이 합법화된다면 누구나 장기를 팔게 될 것이고, 길거리에 온전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없어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은 시장은 형성되지 않을뿐더러,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시장은 절대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분업을 통해 경제를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논제를 제외하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이기심 때문에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는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며, 본인의 이기심을 투영하게 된 결과물로 전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가 합당한 것일까?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 개인들은 합리적이지 않다.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는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모든 정보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이기심만 가지고 경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고용시장에서 이기심만 가진 근로자의 경우 본인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건설 자재를 훔치는 등 이기적인 행동을 할 여지가 굉장히 크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기본적으로 이기심을 떠나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단기적이고 편협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정책입안자들과 펀드매니저들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그 유명한 LTCM 펀드의 존 메리웨더와 노벨 경제학을 수상한 로버트 머턴 교수. 마이런 숄스 또한 러시아 국채에 물려 파산을 맞이 하였다. 천재라고 불리는 펀드매니저들 또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과연 시장이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자유 시장주의자들의 논리는 결국 아직 개발되지 않는 개발 도상국으로부터 수익을 취하겠다는 강자의 논리에 불과하다. 과거 영국과 미국은 자국내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히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였다. 자신들의 자국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시점에 와서는 개발 발 도상국들로 하여금 자유시장주의와 자유무역주의를 취하라는 제안을 하게 되며, 이는 결과론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대륙이 발전하지 않는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들이 제시되지만 지정학적인 특성과 내전, 그리고 자원의 저주 같은 이유들이 합당한 원인이 될까? 스칸디나반도에 위치한 북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경우도 경제가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1970년대 선진국을 등에 업은 세계은행과 IMF에서 제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SAPs, Structual Adjustment Programs)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상수지를 악화시켰고, 대외신용도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장은 침체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비단 아프리카만 자유시장경제에 피해자인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들 또한 IMF에 의해 외환위기 당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당하였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국민들의 근로조건은 더욱 불안해졌으며, 금융시장 개방화로 국내 우량기업들의 절반은 외국인 소유로 넘어가게 되었다. 결국 자유시장경제를 외치는 경제학자들의 논리는 우리가 해왔던 방식 데로 하지 말고, 우리가 시키는 방식대로 해라라는 의미이다. 이는 현대 식민지를 개척하는 과정이며, 한 국가의 경제체력이 바닥나면 더 큰 수익을 위해 떠나는 하이에나 같은 존재가 되버리는 것이다.
평등은 자유시장주의의 개념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모두가 평등한 삶을 외치지만, 실제로 평등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자들이 소득을 많이 가져가야 낙수효과가 발생하게 되며,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져 가난한 사람들 또한 돈을 벌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펼친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CEO들은 일반 근로자들이 상상하기 힘든 보수를 받게 되며, 통상 300~400배가량의 보수를 받는다. 국내 주요 금융권 CEO들의 연봉 또한 10억에서 40억이며, 일반 근로자들이 상상하기 힘든 보수다.
부자들의 낙수효과에 대해서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데이비드 리카도의 사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경제 주체를 개인단위로 보지 않고, 자본가/지주/노동자로 분류하였고, 지주와 노동자들은 소득의 전부를 소비해버리지만, 자본가만이 잉여소득을 남겨 투자를 단행하면서 경제의 발전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그럼 고액의 연봉을 받는 CEO들이나, 일반적으로 부자라고 칭송받는 사람들이 투자를 단행하지 않으면 낙수효과도 없고 경제 전체의 파이도 커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현재에 와서는 개인들의 참정권이라던지, 인종차별 문제, 직업선택의 자유는 상당히 많은 부분 개선되었다. 조선시대 때만 해도 천민과 농민들이 공무원으로 진입하기에는 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사회적인 차별이 엄격히 존재하였다. 하지만 현재에는 누구나 본인의 역량을 키워 본인의 선택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지만 단순히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평등한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열심히 알바를 하면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학생과 해외유학과 과외를 받으면서 본인의 역량을 키우는 학생의 경쟁력은 결과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돌아가 보면 궁극적으로 문제점은 실물경제의 발전 속도와 금융시장의 발전 속도와의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집을 매매하게 되면 소유권 이전과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대해 이자비용만 계산하면 되었지만, 현재의 금융시스템에서는 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MBS를 발행하고, 또 여러 개의 MBS를 한 곳에 모아 CDO를 만들고 또다시 CDO를 여러 개 모아 CDO 제곱을 만들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극대화하고, 또 이에 대비하여 CDS 를 발행하여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극대화하였다.
금융시장은 실물경제의 더딘 유동성을 제고하는데 그 효용성이 존재한다.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는 추가 설비투자나 단기 어음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공장 전체를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금융시장은 단기자금을 공장을 담보로 하여 공급하여 줌으로써 실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이 실물산업에 비해 소위 돈 벌기가 쉬운 구조라는 이유로 금융산업의 발전 속도는 가속화되기 시작하고, 국경도 산업도 제한 없이 자유시장 논리에 따라 흘러들어 가게 되면서 전 세계의 실물경제의 부실을 가속화시킨 주범으로 전락해버렸다. 금융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물경제를 이바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다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알짜 기업에 단기 주주로 들어가서 단기 수익을 올리 수 있는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던지, 가계에 공급한 대출금을 담보로 추가 유동성을 공급해 단기 수익을 보전하는 등의 행위 등은 금융산업의 존재 목적을 망각한 행위이다.
제임스 토빈은 지나치게 효율적인 금융산업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토빈세(Tobin Tax) 도입을 제안하였다. 토빈세의 주요 목적은 매우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금융자본이 기다릴 수 있는 자본의 역할을 다해내면서 실물경제의 발전 속도와 동기화를 맞추는 데 있다.
부자들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고 해서 경제성장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보장은 없다. 개발도상국이라고 해서 경제성장을 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금융산업과 실물산업의 발전 속도가 너무 차이가 나는 문제점 등은 자유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맹점이다. 결국 시장이 보완하지 못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하여 일반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정책과, 평등한 세상을 위한 정책들을 입안하여 사회 전체의 부가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실 일반 기업들에 비해 합리적인 결정에 뒤떨어지지 않으며 강력한 집행권원을 가지면서 더 나은 자본주의를 건설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쓰인 시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유시장주의가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논지는 분명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으며, 시장은 여전히 수요와 공급의 논리대로 흘러가고 있다. 비단 국내 부동산 시장만 보더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주택 가격의 버블을 잡겠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전혀 반대로 시장에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서 기존 주택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며, 강남을 잡으면 수원이 뜨고, 수원을 잡으면 인천이 뜨는 식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대로 시장이 완벽하지는 않다. 정부의 역할 또한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근로자들의 삶과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를 구성하는 관료들 또한 개인이며, 그들 또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또한 큰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의 활동범위가 축소되고 법인세가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에 개입한 정부로 인해 부동산 거래절벽을 초래하게 되고 양도소득세가 줄어들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경우 코로나 19를 대비하기 위해 100조 원 이상의 예산을 계획/집행 중에 있으며, 국민당 100만 원의 재난 기본소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 긴급대출 지원과 중앙은행의 RP 무제한 매입,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금액 등 정부가 점점 더 큰 정부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의 국가부채는 1743조 원을 넘었으며, 54조 4천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결국 시장은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흘러
가기 때문에, 정부의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에 시장논리 지나가는 곳이 우리가 지켜봐야 하는 곳임을 명심하자.
* 참조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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