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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생존법

정부 100조원대 지원정책, 늘어나는 시중 화폐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by 하하호호 202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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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흔들리면서 주식, 부동산 시장의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기업들은 현금유보율을 늘리고, 정부에서는 시장 안정화 자금을 마련하고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 자산을 매도하고 빠져나가고 있다. 신흥국의 입장인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우리들은 시장을 보는 잣대로 어떤 지표를 봐야 할까?

 

 

 

 환율, KOPI200, 물가지수, 정부 정책 등 투자자의 입장에서 봐야 하는 지표다. 시장을 움직이는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투자자가 공식 자료로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최근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유행이 되고 있는 화폐량 증가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 정부는 100조 원대 코로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한국은행은 3월 31일 미 연준과 계약한 통화스왑자금 $600 중 20%인 $120(14.5조 원)억을 경쟁입찰방식으로 시중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3월 29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210원으로 코로나 19 팬데믹 선언 직전까지 내려온 상태다. 외화유출이 본격화되고 환율시장이 요동친다면 한국은행에서도 추가 공급을 하겠지만 환율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분명 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말은 시장에 유동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내가 물건을 팔려고 하는데 시중에 돈이 없으면 기존 가격에 팔 수가 없다. 재고로 남게 되고 나는 파산한다. 돈은 채무를 통해 증가하게 되며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한 지속적이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1971년 금태환 제도가 폐지되고 난 이후 USD는 더 이상 금 총량에 매이지 않는다. 미국의 핵심 수출 상품은 달러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원화(KRW)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KRW은 제대로 쓸 수 있는 지역은 한반도뿐이다. 한국에 들어온 해외자본은 원화를 매도하여 달러로 바꾸고 국경을 넘어간다. 기축통화의 경우 화폐량을 늘려도 전 세계로 화폐공급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가 있지만, 한국은 통화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쓰든, 예산을 확대 편성하는 재정집행을 하든 시중 통화량은 늘어난다. 늘어난 통화량은 수많은 거래를 만들어내면서 부가가치를 생산하게 된다.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게 되면 반드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투자를 하는 우리들은 시중통화량의 증감을 살펴보고 투자지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시중 통화량에 앞서 유동성(Liquidity)란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자산을 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자금경색이 발생되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처분하여 빠른 현금화를 통해 급한 불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화폐체계는 IMF 통화금융통계 매뉴얼(2000)의 권고에 따라 유동성을 기준으로 크게 통화지표 M1과 M2, 유동성 지표 Lf, L로 나뉘게 된다.

 

 

 M1은 협의통화라 통 친한다. M1은 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즉 거래를 발생시키는 지불수단의 기능을 중시한 지표다. 여기는 당좌예금이나 보통예금, 저축예금, MMF, MMDA(수시입출금식 예금), 지폐나 동전 등 유동성이 굉장히 높은 현금자산을 포괄적으로 포함한다. 일반 지급 기능을 중점으로 한 현금자산이기 때문에 유동화하기 위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아닌 자산 그 자체의 높은 유동성이 포함된 자산이다.

 

 

 

 M2는 광의통화라 불린다. M2는 화폐의 지불수단보다는 재산을 증식하기 위한 저축 수단의 기능이 강하다. 1(협의통화)에 더해 2년 이내의 정기예금, 정기적금이나 양도성 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 채권(RP), 수익증권, 금융채 등 M1에 비해 유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상품들도 포함한 화폐량 지표이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유동화를 위해서는 예금담보대출을 실행하거나 1년 만기에 대한 이자수익을 포기하고 현재 시점에서 계약해지를 해야 하는 조건이 발생하는 현금자산이다.

 

 

 

 M1, M2에 비해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지표로 Lf 가 있다. 금융기관 유동성이라 불리며 정부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포함한 지표이다. 또한 M2에 포함되지 않는 2년 이상의 저축성 기능이 훨씬 강한 예적금, 금전신탁, 금융채, 보험계약준비금 등 또한 포함한다. IMF에서 권고한 통화지표에 국채나 회사채가 들어가 있는 걸 보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면서도 시중 유동성이 강한 현금만 포함하는 논리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M1, M2, Lf를 모두 포함한 지표가 광의유동성, L이다. 시중 유동성이 있는 현금성 자산들을 모두 합한 지표다. M1, M2, Lf에 더하여 정부나 기업이 발행한 유동성 금융상품( 증권회사가 발행한 RP, 여신전문기관이 발행한 CD 및 채권, 부실채권 정리기금채권, 예금보험공사채권, 자산유동화전문회사의 자산유동화증권(ABS), 국채, 지방채, 기업어음, 회사채 등)을 포함한 지표다.

 

 

 

 투자자인 우리가 봐야 할 지표는 단연 M2이다. M1의 경우 순수한 현금자산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유동성 지표의 기능이 부족하고 광의유동성(L)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유동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유동화 지표의 의미가 퇴색된다. 2년 내로 현금화가 자동적으로 가능한 지표이며, 시중 경제주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은 자산매입 가격에 더하여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판매 수익을 가젹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채무를 지면서 시중통화량을 공급하게 되고 누군가는 시중통화량을 흡수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신용기반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시중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한국의 시중 통화량은 얼마나 될까? 2020년 1월 기준 한국의 M1(협의통화)은 945조 원, M2(광의통화)는 2,929조 원 규모다. L(광의유동성)은 5,252조 원 규모다. 2019년 한국의 GDP가 1,913조 원임을 감안하면 시중 통화량은 규모가 상당하다. 시중통화량의 증감은 분명 시장에 영향을 주지만, 경제주체들의 부채규모 적정성, 소비자물가지수를 동반 확인하여야 투자에 대한 주관을 세울 수 있다.

 

 

2020년 1월 기준 시중 화폐량(출처 : 한국은행)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 기조가 팽배한 가운데 통화량이 무작정 늘어나면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의 경우 달러를 수출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겠지만 신흥국의 경우 외화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화폐가치가 폭락하게 되면 우리가 겪었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화폐가 가야 할 곳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 자산시장의 버블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에서 공급하는 100조 원대 규모의 지원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 통화스왑 체결을 통한 추가 달러 공급 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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