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wealth)는 항상 불평등하기만 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 힘들게 돈을 벌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액수의 돈을 번다.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하고 살아가지만 충분한 액수의 돈을 벌지 못한다. 세상이 잘못된 것일까? 아님 우리가 잘못된 것일까? 분명 세상의 부는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 부의 공평한 분배가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은 항상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과연 이 물음이 타당한지 그리고 현실적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는 최저임금제도가 있다. 이는 국가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예외적인 제도인데, 헌번 제32조 제1항을 보면 사용자에게 최저 수준의 임금기준을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사실 최저임금제는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여 시행기준을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한국의 GDP는 47만 원,인당 GDP는 2,3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제도로 근로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국가 경쟁률을 제고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저임금제도는 매년 개선되어오면서 2020년에 들어 8,590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140%가 상승된 부분이다.
최저임금제도를 통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을까?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말하는 출발선이 공정한 경제민주화를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인류 역사를 보면 항상 계급사회가 존재하였으며, 부는 불평등하게 분배되어왔다. 그 비율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평등한 분배가 가능한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생산에는 자본과 노동이 필요하다. 자본은 노동에 비해 훨씬 집약적이다. 노동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일터로 출근해야 하고, 실제 근무를 해야 하는 등 시간/공간상 제약이 존재하지만, 자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처를 찾아서 빠르게 움직이며 국경 제한 없이 이동하게 된다. 과거의 경우 자본은 토지와 국채의 형태로 자본소득을 제공하여 왔지만, 현대의 경우 사업소득, 주식 배당소득, 임대소득 등으로 형태를 다변화 하면서 시장수익률을 추적하게 된다. 결국 부의 불평등이란 생산가치에 대해 노동 수익률보다 자본수익률이 높다는 의미이며, 자본 소유자는 전체 인구중 극소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다.
부의 불평등은 자본/소득 비율로 알아볼 수 있다. 자본/소득 비율은 한 국가의 저축률과 경제성장률의 배율을 의미한다. 즉 경제주체들이 소득의 일정 부분을 항상 저축한다고 가정하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전세 소득 중 자본소득의 점유율은 더욱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민소득 중 자본소득의 비율은 자본수익율와 자본/소득 비율의 곱과 같다.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는 시점에서 사람들의 저축율이 증가할수록, 자본수익율이 증가하면 할수록 자본소득의 비율은 증가하게 되고 세상은 더 불평등하게 변해가는 것이다.
자본은 전체 소득에서 항상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부의 불평등을 가속화 한다. 생산 투입요소인 자본과 노동을 보면, 과거의 경우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였기 때문에, 대규모로 투입되는 노동에 비해 자본의 수익률은 항상 높았다. 하지만 현대에는 과거에 비해 1인당 생산은 증가하면서 자본의 비중은 다소 줄어든 부분이 있다. 이는 마르크스가 외쳤던 것과 같이 자산계급들(부르주아지)은 지속되는 자본의 자본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면서 자본주의가 멸망하는 길로 진입하기보다는,자본의 대규모 이동과 저성장 기조 속에서 자본의 소득점유율은 점차 증가해 나가게 된다.
과거의 산업구조 속에서는 단순 노동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면서 전체 소득의 불평등을 야기하였지만, 현대 산업구조에서는 새로운 불평등 요소가 발생한다. 바로 전문경영인제도(CEO)의 도입이다. 전문경영진들은 일반 근로소득자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임금을 책정받게 되며, 이에 더한 스톡옵션을 챙기면서 평균소득의 20~30배의 소득이 책정된다. 이는 노동 소득구간 내에서도 깊은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소득은 노동소득을 상회하면서 소득구간 상위 1%와 하위 50%의 소득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으로 우리는 불평등은 당연한 것이고 세상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의 오류로 빠지기가 쉽다.
자본소득은 또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낸다. 2008년 경제위기나 1930년 미국의 대공황 시기를 보더라도 금융위기 직전에는 자본수익률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자본의 집중을 통해 자산시장에 자본이 몰리게 되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자산의 거품 시장(버블)을 형성하게 되어 자본주의의 일보 후퇴를 만들어내게 된다. 자본의 이동은 낮은 수익률에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으로 이동하게 되므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들의 움직임은 경제의 당연한 순환 원리이지만,자본의 지나친 집중화는 금융위기를 일으킴과 동시에 소득 하위 50%의 근로소득을 잃게 만들고 부의 불평등을 더욱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경제의 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이다. 이처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기에 나설수 있는 주체는 오직 정부다. 다만 한국의 1953년도의 정부와 2020년의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분명 다르다. 만약 국가 경제가 낮은 수준이고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국가라면 노동정책보단 자본 친화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자본의 한계효용가치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일정수순 올라오고, 부의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노동 친화적인 정책을 사용하게 된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소득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노동 친화적 정책에는 최저임금제도나 사회안정보험 등이 있지만 노동 친화적 정책을 펴는 정부는 결국 재정적자에 허덕이게 되며, 긴축재정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며, 이는 경제 후퇴를 만들어내는 주범이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이란 결국 투자에 익숙치 않은 개인들에게 투자하지 않은 대가로 추가로 거두는 세금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자본소득자들은 인플레이션을 피해 가는 자산을 소유하면서 근로소득자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가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게티는 부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누진적 자본소득세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방법이 아니다. 누진적 자본세는 결국 자본의 진짜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자본은 수익률을 목표로 빠른 이동을 하기 때문에 자본소득에 대한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면 세계 각국의 조세회피처로 자본이 몰리게 되며 이는 전체 경제성장을 후퇴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만약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과 각 기관들이 동시에 자본세를 매긴다 하더라도 각 국가를 지배하는 카르텔과 로비스트들이 이 법안을 가만히 두고 볼 리 가 없다. 따라서 자본세를 통해 부의 불평등을 제거한다는 것은 식목일 날 심은 나무가 다음날 지구를 구해낼 것이라는 희망과 같다.
경제 정책자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인간의 탐욕을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자본주의란 인간의 탐욕을 정당하게 지지하여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이다. 필자는 부의 불평등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대는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의 종합 형태를 띠게 되면서, 더 이상 자본가와 노동자가 분리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즉 소자본사회가 도래하게 되면서 개개인의 능력치가 훨씬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교육 시스템의 도입으로 생산과 투자에 대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개인의 능력 향상만이 부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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