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배우의 화려한 복귀가 시작되었다. <이웃사촌> <바람> <히말라야>에서 색다른 매력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인기몰이를 해왔던 배우 정우의 스크린 복귀작 뜨거운 피가 개봉했다. 개봉일은 3월 23일이었고, 현재 예매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으로 극장 관람료가 15000원으로 오른다는 기사 나돌고 있는 마당에 개봉한 영화라 흥행은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5일차에 예매율 1위를 누리고 있었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제치고 예매율 1위를 탈환해 지속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뜨거운 피가 다른 영화에 비해 가지는 특색은 무엇이 있을까? 연출, 연기, OST등 다야한 요소가 있겠지만 한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를 꼽을 수 있다.
뜨거운 피는 천명관 감독의 작품이다. <고령화가족>을 너무 재밌게 봤던 터라 이번 영화의 연출도 상당히 기대되었다. 스크린에서 이전에 개봉했던 <강릉>은 느와르 작품이었지만, 조금 기대에 못미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1인으로써, 이번 영화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천명관 감독과 배우 정우의 콜라보 만으로도 기대할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영화 뜨거운 피 원작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설계자들> <캐비닛> 등을 작업한 김언수 작가의 소설 <뜨거운 피>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한국 느와르 물에서 강한 입지를 가진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특별한 소재가 막상 떠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느와르 풍의 영화라는 강한 인식을 주고 있다.
정우는 뜨거운 피에서 구암의 실세인 희수역을 맡았다. 의리있고, 실세답게 영리한 조직관리능력을 보여준다. 다른 건달들도 희수를 따르며 이 세계에서는 꽤 성공한 건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부산의 구암이라는 가상의 지역이지만, 실제 촬영지는 전남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배우 정우가 보여주는 시원하고 남자다운 연기는 언제봐도 멋지다. 구암의 실세 희수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건달의 모습을 제대로 연출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항상 다방면의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해결사의 모습은 진짜 정우의 캐릭터를 잘 살린 배역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희수의 두목은 김갑수 배우가 맡은 손영감이다. 어리버리하고 약간은 약한 느낌의 캐릭터지만, 주도면밀한 일처리가 끝나고 보면 왜 손영감이 희수의 머리 위에 있는지 알게 된다. 구암의 만리장 호텔을운영하면서 건달 세계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희수가 조직을 떠나는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희수의 절친 역할으로는 지승현 배우가 함께 했다. 철진은 희수의 친구이지만 희수와는 다른 건달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에이스파의 에이스로 나름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우정과 조직 사이에서 내적갈등을 심하게 겪어야 하는 배역이다. 지승현 배우는 영화 바람에서도 정우와 호흡을 같이 한 배우다. 영화 바람에서 동네 형한테 맞고 온 정우를 대신해서 쉴드 쳐주는 명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배우 최무성의 색다른 모습이다. 마약 밀수꾼으로 살아가면서 평범한 인생을 살아고자 하는 희수를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장본인이다. 성인 오락실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건달이 손을 뻗친 사업은 그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장면들이다. 배우 최무성은 용강이라는 캐릭터를 맡아 잔인하고 거침없는 막장의 일인자 연기를 보여준다.
뜨거운 피를 보면서 느와르 장르 영화에 이렇게 액션씬이 없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적인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진짜 건달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제작비 102억원을 들여서 만든 영화인 만큼 배우들과 세심한 연기와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나는 모습은 정우의 내적갈등을 겪는 장면이다. 정말 리얼리티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희수역은 건달이라는 다른 세계의 인물에 손쉽게 이입하도록 만들어 준다. 구암이라는 장소에서 느와르 풍의 모습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더 나쁜 놈이 살아남는다는 슬로건을 가진 건달을 동경하면 안되지만, 희수라는 인물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인물로 잘 설계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도 나이 마흔입니더.
죽을 때 죽더라도 뭔가 해봐야지예!
진짜ㅋㅋ 정우와 지승현의 부산 사투리 연기는 언제 봐도 "찰지다". 영화 바람에서 보여준 두명의 호흡이 10년을 거슬러 그대로 살아난 느낌을 받았다. 희수나, 철진이나 모두 생존을 위한 건달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갈등은 심했을 것이다. 원래 사투리는 당황할 때 더 살아나는 법이다. 뜨거운 피의 정우와 지승현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은 90년대 부산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인물들의 옷차림과 배경들 또한 잘 꾸며졌고, 영화를 보는 내내 어색하다는 느낌은 1도 들지 않았다. 지금의 건달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이 당시의 건달 모습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도 봤던 터라 생소하지는 않았다.
영화 로케이션 뿐만 아니라 느와르 풍을 살리기 위해 중간중간 삽입되는 OST도 멋지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희수가 조직을 배신해야 할 때, 우정을 저버려야 할 때, 사랑을 버려야 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OST는 관객들이 더욱 희수라는 캐릭터에 관대하게 만들면서 영화 전체의 멋을 한층 더 살린다.
뜨거운 피 영화는 건달을 위한 건달의 건달에 의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해 건달로 살아야 하고 더 나쁜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려준 배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뜨거운 피는 개봉 5일차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누적관객수 15만명을 동원하며 예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던 영화 뜨거운 피 솔직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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